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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M의 책상 (1) 최정현
    Team 2021. 9. 10. 14:49

     

    알고리마 팀인터뷰 시리즈, 누군가의 책상 (4) : 프로덕트 매니저 최정현

     

     

    책상이 사뭇 다르다. 앞서 찾았던 개발자들의 책상과 결이 다르다는 것을 단번에 깨닫는다. 잠시 책상을 살핀다. 꺼진 모니터는 노트북과 이어지지 않았다. 키보드는 아예 없다. 그 자리를 대체하는 것은 공책과 볼펜, 패드와 펜, 이면지들. 고민을 담아둘 곳만 있으면 그만이다. 빈 물병과 텀블러만큼 가벼운 책상이다. 이 책상을 쓰는 사람, 정현 님은 언제나 일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최지딥

     

    안녕하세요, 정현님. 첫 비개발자 인터뷰네요. 자기소개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알고리마에서 PM,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최정현입니다. 지난해 12월부터 근무했습니다. 입사할 때가... 까마득하게 느껴지네요. 지금은 알고리마의 코어 제품, 이지딥 베이직의 PO를 맡고 있습니다. 제품 고도화를 작업하고 있는데요. 사용자 인터뷰와 내외부 피드백을 바탕으로 문제 심각도와 우선순위를 잡고, 이를 해결할 UI, 실습 flow를 기획하며 와이어프레임 만들어서 검토하는 과정들을 거칩니다.

     

    코어 제품의 PO라니. 임무가 막중하시네요. 현재 가장 집중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간단히 이지딥 베이직의 특성을 짚고 넘어가야 설명이 될 것 같아요. 우선 베이직의 핵심 가치는 "수학과 코드 없이 인공지능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필수 개념을 학습할 수 있다"라는 점인데요. 그래서 배우는 사람들이 꼭 필요한 인공지능 개념을 학습한 후에 이를 적용해 실습에서 쉽게 모델을 구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알아보기 쉽다, 개념 잘 배웠다. 사용자가 이 두 가지 감각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머신러닝 학습 과정을 올바르게 반영하면서도 고객이 서비스 내에서 직관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사용자가 본인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도록 UI를 명확하게 하는 일에 집중하게 되는 듯해요.

     

    정현 님은 PM으로서 이지딥 베이직의 방향성도 함께 고민하고 계시잖아요. 귀띔해주세요!

    제 입장에서 보자면 단기적으로는 누군가 우리 제품, 그러니까 이지딥 베이직을 구매해서 썼을 때 그 고객에게 최대한 높은 만족도를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제품의 구매자(선생님) 특성상 한번 구매하면 잘 바꾸지 않기 때문이죠. 새로운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것 역시 중요했지만, 우선 만족도에 중점을 두기로 했습니다. 구매한 고객 입장에서 혹여나 제품 완성도가 떨어져 이탈하는 일이 없게 하는 것을 목표로요.

    좀 더 길게는요, 음, 인공지능이 쓰이는 곳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잖아요. 그렇지만 요즘 등장하는 제작 툴은 어느 정도 공부를 한 사람들이 쓸 수 있어요. 더 많은 이들이 AI를 제품이나 서비스에 접목하려면 무작정 툴을 쓰기보다는 기능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 알아야겠죠. 이렇게 개념에서 실제 활용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교육부터 차례로 진행하는 것은 이지딥 베이직이 유일하다고 생각해요. 베이직이라는 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면 마지막에 '실습' 파트로 가게 되는데요. 이 실습을 앞으로 인공지능 활용 툴로 진화 시켜 나갈 예정입니다. 자유도도 높아지고 배포도 할 수 있는 툴로요. 배운 것을 곧바로 써먹어 볼 수 있게 되는 거죠. 드래그&드랍의 노코드 방식이 이를 뒷받침할 거예요.

     

    이지딥 베이직은 알고리마의 중심에 있다. 이 제품을 중심으로 여러 프로젝트가 맞물려 움직인다. 그러다보니 베이직을 기획하고 구축하고 이끌어가는 정현 님은 회의가 많다. 그는 오전에는 닭가슴살 핫도그를, 오후에는 회사에서 구비해준 갖은 간식들을 사무실 옆 회의실로 열심히 옮겨간다. 고민하고 결정하기 위한 연료다. 정현 님은 점심 먹을 거리를 고민할 때 외에는 이지딥 베이직을 늘 가까이 두고 고민한다. 최지딥. 가끔 우리는 그를 이렇게 부르기도 한다.

     


     

    먹먹한 소리

     

    이지딥 베이직 PO는 어떻게 맡게 되었나요?

    초기에는 팀원 모두가 협업으로 제품을 이끌었는데요, 인원도 늘고 프로젝트가 다양해지면서 PO를 확정하고 업무 분리를 시도했어요. 그 때 베이직 PO에 지원했죠. 가장 맡고 싶은 일이었거든요. 앞서 교육 영상 '이지딥러닝'과 단행본 '인공지능? 모를 수도 있지!' 제작 프로젝트를 담당하며 알고리마의 인공지능 교육 커리큘럼과 개념을 단단히 익혀서 자신감도 좀 있었고요. 물론 처음에는 문제를 인식하는 것만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요, 그런 만큼 지금은 이지딥에 대해 나름 안다고 생각해요.

     

     

    때로 라운지로 나가다 혼자 일하는 정현 님의 모습을 보고는 한다. 그럴 때도 그의 작업실은 보통 회의실이다. 사무실 책상보다 널찍한 회의 테이블에 서류와 패드와 노트북 등이 펼쳐져 있다. 귀에는, 언제나 주황 이어 플러그가 꽂혀 있다. "저는 고민을 많이 하니까요, 고민하려면 집중을 해야 하는데요. 그럴 때는 이어 플러그를 꽂은 뒤 나는 먹먹한 소리가 도움이 돼요."

     

    지금 제품을 이끌어나가면서 처음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세요?

    처음에는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무슨 무슨 고민들이 많았다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고민하는 시간이 아주 길었죠. 다른 사람의 피드백으로 고민을 풀어내려 했던 게 문제 같아요. 의견들이 너무 많이 쌓이다 보니 오히려 발목을 잡았거든요. 속도를 좀 올려야 했어요. 제 선에서 결정을 빠르게 끌어내야 팀이 움직이니까요. 초반 경험을 바탕으로 두 가지 규칙을 세우고 이를 따랐어요. 첫째, 기한을 세우자. 언제까지 이 고민을 끝내겠다, 그때는 무조건 공유를 하자, 하고 설정했어요. 두 번째 방법은 근거 만들기인데요. 스스로 확신이 없을 때 고민이 길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고민을 뒷받침할 근거들을 확실히 마련했어요. 그러다 보니 피드백이 와도 제 충분한 근거에 맞춰 취사선택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어요. 결정을 고수하는 힘도 생겼고요.

     

    쉽지 않은 시간이었겠네요. PM은 결정과 리딩을 함께 하잖아요. 여기서 오는 부담감은 어떻게 이겨냈나요?

    알고리마에서는 PM이 각자 맡은 제품에 있어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정말 많아요. 상상 이상으로요. 영욱(대표)님도 결정 권한을 많이 주시고요. 그래서 사실 이 결정에 대한 부담을 떨쳐내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아요. 계속해서 부담은 있고 그저 이겨내야 하는 거죠. 다만 제가 하고자 하는 일, 주장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 근거를 단단히 만들어요. 이 근거들이 결정에 따른 불안을 줄여주더라고요. 결정뿐만 아니라 업무를 리딩하는 부담도 있는데요. 저는 함께 일하는 팀원들에게 "감사하다"라는 말을 정말 많이 해요. 너무 많이 해서 가끔 빈말 아니냐 하는 분도 있는데요, 저 늘 진심이고요. 늘 감사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인공지능 스타트업에서 PM으로 일한다는 것

     

    처음 정현 님이 알고리마와 함께하기로 했던 기간은 6주다. 인턴으로 처음 알고리마에 왔을 때는 함께하는 시간이 이리 길어질지 몰랐다. 6주가 6개월로, 어느새 그 이상으로 길어졌다. 학업을 미룰 수 없던 정현 님은 이번 주부터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하지만 앞으로도 화요일, 수요일은 알고리마로 올 계획이다. 이전처럼 이지딥 베이직을 둘러싼 모든 업무를 다루는 것은 아니겠지만, 프로젝트에 가진 진심이 정현 님을 붙잡았다.

     

    학업과 업무를 병행하기로 하셨잖아요. 쉽지 않은 결정인데요, 알고리마에서 계속 일하는 동기는 무엇일까요?

    처음 들어왔을 때에는 분위기가 좋아서 일을 조금 더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그런데 또 하다 보니 프로젝트에 대한 애정이 너무 커졌죠. 수많은 시행착오와 결정, 도전을 통해 문제를 개선하고 정리하는 폭넓은 경험을 했잖아요. 토론하며 무언가를 결정해나가는 과정이 좋았어요. 수직적으로 경직되지 않은 환경에서 더 합리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었던 점도 영향이 있을 거예요. 결과도 중요하지만, 제게는 일하는 방식도 중요하거든요.

    저는 언제나 전공(사회학과)과 이어지는 곳에서 일할 거로 생각했는데요. 알고리마에서 일하다 보니 꼭 그런 직업을 가져야만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고 느꼈어요. 제가 즐거운 일을 하면서도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가치를 이룰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알고리마에서 PM으로 일하려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실상 알고리마의 PM뿐만 아니라 모든 PM 분들에게 통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요. 팀의 속도가 늦어지지 않도록 빠르게 움직이고 결정하는 역량, 근거를 갖춘 결정, 뭐 이런 것들이 필요하죠. 하지만 무엇보다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느껴요. 제가 고민이 많아서가 아니라요, 제품 자체를 멱살 잡고 끌고 가니까요. 알고리마에서는 제품의 방향성 수립부터 함께 가져가거든요. 그래서 진심으로 고민하는 사람이어야 해요. 진심인 사람이 좋아요.

     

    마지막이네요. 앞으로 정현 님은 어떻게 나아갈까요?

    저는 사람을 따뜻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조금 추상적이기는 한데요. 음, 인공지능이 대세가 되다 보면 인간이 가진 지능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둘러싼 논의도 이어질 테죠. 그러다 보면 개개인이 가진 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걱정을 했어요. 대체 가능한 소모품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럴 때 필요한 게 사람을 따뜻하게 보는 사람이라고 느껴집니다. 여전히 사람을 따뜻한 시선으로 인간다움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요.

     

    잠시 고민하던 정현 님이 다시 베이직 이야기를 꺼낸다. "음, 우리 이지딥도 인공지능에 접근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이런 미래를 향한 고민에 다가갈 길을 제시해준다는 점에서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요? 따뜻한 시선이랑요." 아무래도 진심인 사람이다. PM 인터뷰를 기획하고 가장 먼저 정현 님의 책상을 찾게 된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거다. 다시 그의 책상을 돌아본다. 공책, 노트북, 패드, 이어 플러그. 책상에 올려진 모든 것이 정현 님의 고민, 다른 말로 하자면 진심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장대청 사진 박완우

     

     


    <알고리마 채용> 알고리마에서는 '정현'님과 함께 성장하며 AI 에듀테크 시장을 이끌어갈 팀원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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